교량, 터널 등의 토목 시설물 노후화에 따라 해체공사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이에 따라 안전사고 발생의 우려가 많다. 해체공사 시 재발방지대책을 위해 서소문 고가 붕괴 사고 원인을 추정하여 분석해보고 향후 대책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 본다.
1. 정밀안전점검 결과의 설계 미반영
S9 구간 강선 파단 여부에 대해 설계사가 현황조사는 실시했다. 그러나 실시설계보고서에 이번에 붕괴된 G16·G15번 거더의 강선 파단 등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기재되지 않았다. 강선 파단은 PSC 교량에서 잔류 내하력을 결정하는 핵심 인자임에도 이 정보가 해체 설계의 구조검토 기초자료로 활용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G15·G16 거더의 실제 취약 상태가 해체 설계에 반영되지 않은 채 설계와 공사가 진행됐다.
2. 국토안전관리원의 설계안전성검토 지적사항 미이행
국토안전관리원은 설계안전성검토 단계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명시적으로 지적했다.
- 구조안전성 검토에 따른 해체 순서도 작성
- 가설지지대 등 보강 계획 수립
- 경의중앙선 구간 야간 작업 위험요소 추가 도출
- 건설사업관리기술인 사전검토 필요
그러나 서울시는 이 지적에 대해 "안전관리계획서에 반영 예정"이라는 한 문장으로 시공단계로 미루었고 미이행 상태로 직접 서명·승인했다. 설계단계에서 해결했어야 할 사항이 시공단계로 이월된 첫 번째 연쇄 실패다.
3. 설계안전성검토 절차의 전문성 부재
국토안전관리원이 지적했던 사항처럼 설계안전성검토에 건설사업관리기술인이 참여하지 않았고 해체·철거 시공 전문가도 배제된 채 설계자 중심으로만 진행됐다. 건설안전전문가는 참여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역할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위험성 평가서에서는 "교량 상태를 고려한 구조안전성 검토 및 보강계획 미흡으로 인한 붕괴"를 위험도 최고등급(3수준) 으로 도출했다. 그러나 구체적 보강공법·시점·적용 기준이 없는 원론적 문장만 기재됐고 설계안전성검토 보고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위험을 알고도 구체적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이다.
4. 시공단계 안전관리계획서 작성의 반복적 부실
국토안전관리원이 안전관리계획서를 검토하면서 설계단계에서 지적했던 사항을 또다시 동일하게 보완 요구했다. 그러나 시공사(흥화)가 제출한 보완 내용에는 구조안전성 검토 결과가 없었고 지지대 설치에 대한 구체적 언급도 없었다. 목차만 있고 내용이 미흡한 계획서가 서울시에 의해 승인되었다.
5. S9 구간 절단 시공방법의 역학적 오류
설계도면은 거더 28m 전체를 와이어쇼로 절단한 뒤 크레인으로 고정 후 일괄 인양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다음과 같이 시행됐다.
- 60년
되고 강설이 파단된 노후된 교량을 전도방지용 와이어로프·플레이트 미설치 상태에서 작업 진행
- 크레인 인양 없이 21m를 먼저 절단, 7m는 미절단했는데 7m는 캔틸레버(외팔보) 상태로 전환되어 교각 지지부에 극한의 전단력·모멘트 집중
- 60년 노후 교량의 강선 파단·철근 부식으로 실제 강도는 설계 공칭강도보다 현저히 낮은 상태
-구조안전성 검토없이 임의로 시공순서도 작성, 지지대 보강 미흡
- 설계 도면, 안전관리계획서의 시공계획서, 철도구간 철거계획서 모두 상이
설계도에 명시된 순서를 지키지 않은 것이 구조 붕괴의 직접 원인이다.
6. 이상 징후 발생후 코레일 미보고 및 안전진단 과정의 치명적 오류
새벽 2.9cm 침하 발생 후 코레일에 보고하지 않았고 당일 오전 철도운행안전협의서에는 위험 상황을 축소한 채 "위험지역 외 작업"으로 협의를 완료했다. 만약 붕괴 시점에 하부를 통과하던 열차(14:26 KTX, 14:30 무궁화호)에 잔해가 낙하했다면 대형 철도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안전진단 과정에서는 지지대 설치 없이 서울시 공무원·감리단장·외부전문가 등 13명이 거더 근접 거리까지 진입했고, 인원 하중 증가가 취성 파괴 임계점을 넘는 방아쇠가 됐다. G15·G16 거더는 강선 파단으로 이미 잔류 내하력이 극도로 저하된 상태였다. 해체공사는 중대시민재해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법적 안전망에 공백이 있다는 점도 제도적 문제로 지적된다.
7. 향후 해체공사 제도 개선 대책
1) 정밀안전점검 결과를 설계에 반영
- 정밀안전점검 보고서(강선 파단 등)를 해체 실시설계의 구조검토 필수 기초자료로 의무화
2) 설계안전성검토 : 설계자·안전전문가만 참여
- 해체·철거 시공 전문가 및 건설사업관리기술인 참여 의무화
3) 구조안전성 검토 : 형식적 원론 기재
- 해체 단계별 구조해석, 전단력·모멘트 검토, 보강공법 명시 의무화
4) 해체 순서도 : 구조안전성 검토와 연계된 세부적인 순서없이 일반적인 순서도
- 구간별 특성(과선, 노후도, 잔류 강도)에 따른 개별 해체 순서도 작성
5) 이상 징후 대응 : 안전진단시 사람이 먼저 진입하는 관행
- 드론·원격 센서 우선 점검 → 지지대 설치 후 인원 진입 프로토콜 법제화
6) 감리 제도 : 해체 전담 감리 없음
- 해체감리, 해체계획서 작성 제도 신설 — 해체 전문 감리인 배치 의무화
7) 법제도 : 해체공사 중대시민재해 적용 제외
- 해체공사를 중대시민재해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법 개정 검토
이 사고는 정밀안전점검 → 설계 → 설계안전성검토 → 안전관리계획서 → 시공 → 이상 징후 대응까지 각 단계 모두에서 안전 조치가 형식적으로 통과된 결과다. 어느 한 단계에서만 제대로 작동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