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탐사본부 책임연구원
*2026.8.30.
로먼 우주망원경으로 보는 또 다른 세계, 태양계 소천체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Nancy Grace Roman Space Telescope, RST)의 주임무는 암흑 에너지와 암흑물질의 성질을 밝히고 외계행성을 조사하는 것이지만, 역할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넓은 하늘을 반복 촬영하는 특성 덕분에 소행성과 혜성을 포함한 태양계 소천체 연구에 새 장을 열 것으로 보입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RST 광시야 카메라(WFI)는 한 번에 넓은 하늘을 촬영합니다. 그 안에 들어오는 하늘은 약 0.28 제곱도. 허블우주망원경(HST) 광학 카메라의 약 100배, 적외선 카메라(WFC3/IR)의 약 200배에 해당합니다. 게다가 3억 개 넘는 화소로 그 넓은 하늘을 빠르게 여러 번 관측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소행성과 혜성이 RST의 시야를 지나갑니다. 별과 은하는 하늘에 고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소행성과 혜성 같은 이동천체(moving objects)는 위치가 변합니다. 그래서 같은 지역을 반복 촬영하면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천체의 발견으로 이어집니다.
덕분에 RST는 목록에 없던 소행성대 소행성(main belt asteroids, MBAs)은 물론, 목성 트로이군(Jupiter Trojans), 지구 트로이군(Earth Trojans), 카이퍼벨트 천체(Kuiper Belt Objects, KBO), 단주기 혜성 등 다양한 천체의 분포와 특성을 통계적으로 조사하는 데 적합합니다.
여러 시점에서 얻은 근지구천체(Near Earth Objects, NEOs) 데이터를 다른 지상·우주망원경 데이터와 결합하면 NEO의 궤도를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고, 밝기 변화와 데이터 결합을 통해 크기와 자전 특성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알려지지 않은 NEO를 무더기로 찾을 가능성이 큽니다.
RST의 또다른 장점은 여러 파장으로 보는 것입니다. WFI는 0.48~2.30마이크로미터(μm)에 걸쳐 8개 필터로 가시광선에서 근적외선까지의 데이터를 생산합니다. 소행성 표면이 어떤 광물로 이뤄졌는지 알아낼 때 이 파장대는 특히 중요합니다. 소행성 표면 물질은 햇빛을 전 파장대에서 똑같이 반사하지 않고, 특정 파장 빛을 흡수해 스펙트럼에 '골짜기'를 만듭니다. ‘그 '골짜기’의 위치와 깊이를 재면 대략 어떤 성분인지 추정할 수 있습니다.
암석질 소행성에 많은 감람석, 휘석은 1μm, 2μm 부근에서 이런 흡수 특성을 보입니다. 따라서 이를 비교하면 소행성 표면이 어떤 물질로 되어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탄소질 소행성은 평탄한 스펙트럼을 보여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RST로 밝혀내지는 못합니다. WFI의 필터는 스펙트럼을 찍는 분광기보다는 정보량이 적어, 소행성의 광물 조성을 확정하기보다는 표면 물질을 큰 틀에서 분류, 비교해 통계적 특성을 보는 데 유용합니다.
RST는 임무 기간 동안 소행성대 소행성 수십만 개, 카이퍼 벨트 천체 수천 개, 근지구천체 1,000개 이상을 발견해 그 특성을 규명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RST는 태양계 안쪽에서 그 외곽에 이르까지 작고 어두운 소천체의 궤도뿐 아니라, 표면 광물과 여러 물리적 특성을 규명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여기에 베라 C. 루빈 천문대의 가시광 관측과 앞으로 발사될 NASA의 근지구천체 탐사관측 우주망원경(NEO Surveyor)의 적외선 데이터를 결합하면 소행성 발견부터 궤도 계산, 크기와 표면 특성 파악까지 입체적인 연구가 가능합니다.
우주 역사를 파헤치기 위해 가장 먼 우주를 바라보는 RST는, 그 앞을 스쳐 지나가는 가장 가까운 이웃, 즉 소천체들을 통해 태양계 역사를 이해하는 데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광시야 탐사관측(wide-field survey) 프로젝트에서 태양계 소천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fullmoon@kas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