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해킹은 ‘창’, 보안은 ‘방패’로 비유된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클로드 미토스와 GPT-5.4-Cyber와 같은 첨단 LLM 및 에이전트 기술은 이 구도를 빠르게 무너뜨리고 있다. 이들은 인간 해커가 발견하기 어려운 취약점을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탐색하고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차세대 AI는 기존의 보안 패러다임 자체를 흔들 만큼의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2026년 4월 11일 New York Times 오피니언 “
Iran Is Losing the Cyberwar, Not the Real War”에 따르면, 이란은 물리적 전장에서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을지 모르지만, 사이버 전에서는 기대만큼의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단순히 이란의 한계를 넘어, 미국 AI 기업들이 구축한 기술적 우위가 이미 글로벌 표준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상황은 보안 전략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한다. 이제 보안은 더 이상 공격(창)을 방어(방패)로 막는 경쟁이 아니라, ‘신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즉, 사이버 보안에서 우위를 점하는 주체는 공격 능력이 뛰어난 쪽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인프라와 규칙을 설계하고 통제하는 프로토콜을 가진 쪽이다.
다시 창과 방패의 비유로 돌아가 보면, 현재 전 세계는 누가 더 강한 창을 만들고, 더 단단한 방패를 갖출 것인가를 놓고 소모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AI가 결합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우리는 편리함을 얻었지만, 동시에 ‘기술 봉건제(techno-feudalism)’ 혹은 ‘기술 농노제(techno-serfdom)’에 가까운 구조로 진입하고 있다. 더 중요한 변화는, AI가 이미 ‘판단’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클로드 미토스와 GPT-5.4-Cyber와 같은 에이전트형 AI의 등장은 이러한 구조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제 핵심 질문은 명확하다. 그 판단을 누가 통제하는가이다.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접근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기술적(socio-technical) 설계가 필요하다. 핵심은 단순하다. 판단(Decision) / 실행(Execution) / 책임(Accountability)을 분리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현재는 이 세 가지를 하나의 기업 혹은 플랫폼이 통합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이는 구조적 위험을 내포한다.
특히 금융 및 보안 영역에서는 블록체인 기반의 기록과 검증, 그리고 탈중앙화 자율조직(DAO)을 통한 집단적 의사결정 시스템이 중요한 대안으로 제시된다. AI가 판단하고 실행하는 환경에서는, 특정 플랫폼이 모든 권한을 독점하는 구조가 아니라, 인간과 AI가 공동으로 설계한 분산형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AIDAO는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AIDAO는 AI의 판단과 실행 과정 위에 블록체인을 통해 기록과 검증을 수행하고, DAO를 통해 집단적 의사결정을 구현하는 구조다. 즉, 결정·책임·소유를 분산된 방식으로 오케스트레이션하는 신뢰 운영체제라 할 수 있다.
한편, 한국의 상황은 또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AI와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미국 의존도가 높으며, 데이터베이스 시스템과 하드웨어 공급망 역시 외산 의존이 심화된 상태다. 이러한 구조는 기술 주권의 취약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한국이 AI 보안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전반에서의 해외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술과 에이전트는 계속 진화하고 확장된다. 하지만 신뢰는 자동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설계해야 한다. 결국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다. 정책과 구조, 그리고 신뢰 설계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