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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충격적인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한국의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활용해서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비교했을 때 암 발생률이 미접종자보다 접종자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아진다는 보고였습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벌써 22,000회 이상 조회되었고 Reddit 등 해외 커뮤니티에서도 언급이 되고 있습니다. 저도 한 분의 제보로 이 논문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교신저자도 제가 잘 아는 분이어서 논문을 하루 종일 꼼꼼히 검토했습니다.
한 마디로 이 연구는 많은 한계가 있고, 잘못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연구입니다. 동료평가 과정에서 못 걸러낸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 연구는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비교하기 위해서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활용했고, 일단 접종자와 비접종자 군을 나누게 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부터 연구의 신뢰도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들이 발견됩니다.
- 이 연구의 가장 심각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비교 대상인 두 그룹을 공정하게 설정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암의 '신규 발생'을 비교하려면 두 그룹 모두 연구 시작 시점에 암이 없어야 합니다.
- 논문의 보충 자료(Additional File 1, Study cohort 및 Figure S1A)를 보면 명확한 차이가 드러납니다.
(1) 접종군: 연구 시작일 이전 1년 이내에 암 병력이 있는 약 50만 명(n=499,572)을 명확하게 제외했습니다.
(2) 비접종군: 동일하게 과거 암 병력자를 제외했다는 언급이 없습니다.
(3) 심지어 이 Flow chart에서의 숫자도 맞지 않습니다. (미접종자 679,479명 중에서 30,955명을 제외했는데 599,174명이 남고 50,650명이 사라짐)
이는 접종군은 암이 없는 상태로 시작했지만, 비접종군은 이미 암을 가지고 있거나 과거력이 있는 환자들을 포함했을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출발선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 연구의 비교는 타당성을 상실했습니다.
2. 감시 편견: 암이 발생한게 아니라 발견되었을 가능성
- 연구 결과에서 나타난 암 발생률 증가는 백신이 암을 유발했다는 증거가 아니라, 감시 편향 또는 발견 편향으로 설명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 일반적으로 백신을 적극적으로 맞은 사람들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고, 암 검진도 더 열심히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Healthy Vaccinee Effect라고 부르는 건강 추구 행태의 차이입니다.).
- 백신 접종을 하게되면 접종을 하면서 또는 부작용 상담을 위해 병원 방문이 늘면서, 기존에 존재하던 무증상 암이 우연히 발견될 기회가 많아집니다. (의료 이용 증가)
- 연구 데이터(보충자료 2, Table S4)를 보면, 백신 접종 후 불과 1개월 이내부터 두 그룹의 암 발생률 격차가 거의 두 배(10,000명당 1.63명 vs 2.91명)로 벌어집니다. 암은 한 달 만에 갑자기 생기지 않습니다. 이는 암 발생이 아닌, 암의 발견 시점이 앞당겨졌음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 특히 조기 검진으로 쉽게 발견되는 갑상선암(HR 1.351)과 전립선암(HR 1.687)의 위험도가 높게 나타난 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3. 사회경제적 차이의 영향 (소득 수준 불균형)
- 연구진은 두 그룹의 특성을 비슷하게 맞추려 했지만(성향점수매칭), 중요한 차이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습니다.
- 보충자료 2, Table S2에 따르면, 매칭 후에도 접종군이 비접종군보다 고소득층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았습니다 (접종군 42.58% vs 비접종군 38.17%).
- 고소득층은 더 빈번하고 정밀한 건강 검진을 받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 또한 접종군에서 암이 더 많이 발견되는 원인(감시 편향)이 됩니다.
4. 암 잠복기를 고려할 때 너무 짧은 추적 기간
- 대부분의 고형암은 발암 요인에 노출된 후 진단되기까지 최소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립니다. 이는 백신 접종 전에 이미 존재하던 암일 가능성(역인과관계)이 높습니다.
- 저자들 스스로도 보충 자료(Additional File 1, Limitations)에서 추적 기간이 짧아 역인과관계나 감시 편향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인정했습니다.
5. 중요한 교란 변수의 누락
- 암 발생과 진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흡연, 음주, 비만(BMI), 암 가족력 등이 분석에서 누락되었습니다. 특히 '암 검진을 얼마나 자주 받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빠져 있어,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6. 팬데믹 기간의 특수성: 지연된 검진의 회복 효과
- 팬데믹 초기(2020-2021년)에는 많은 사람들이 병원 방문을 꺼려 암 검진이 지연되었습니다. 이 연구 기간(2021-2023년)은 백신 접종이 활발해짐과 동시에 미뤄왔던 검진이 재개되는 시기와 일치합니다. 백신 접종 후 미뤄왔던 검진을 받으면서 일시적으로 암 진단이 급증했을 수 있으며, 이것이 마치 백신 때문인 것처럼 보이는 통계적 착시를 유발했을 수 있습니다.
결론
- 이 연구는 백신 접종과 암 진단 사이의 통계적 연관성을 보여주지만, 이는 인과관계가 아닙니다.
- 연구 설계의 근본적인 결함(선택 편향)과 백신 접종자들의 적극적인 건강 관리 행태(감시 편향)로 인해 발생한 결과일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 이러한 심각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인 결론을 제시하여 불필요한 공포와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연구입니다. 과학적 사실에 기반하여 이 논문의 결과를 비판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점은 이런 잘못된 설계로 인한 연구가 유통되기 시작하면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이 연구 수행의 몇 배 이상의 노력이 든다는 점입니다.
- 현재 동료평가 중인 제 연구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암 발생률은 백신 접종 전후로 매우 안정적입니다. 큰 변화가 안보입니다.